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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chemica 2016. 2. 6. 03:01

   

진판새목 백합과에 속하는 바지락은 패각의 색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산모양의 방사무늬를 띠고 있는 것과 황갈색 물결 모양까지 다양하다.

갯벌을 지나다 보면 썰물에 맞춰 바지락을 채취하는 어민들을 만날 수 있다. 꼭 어민이 아니더라도 갯벌체험에 나선 가족단위의 방문객 또한 늘고 있는 추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바지락은 자원량이 풍부하여 연간 패류 총생산량의 약 18퍼센트를 담당해왔다. 1801년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유배를 간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 바지락을 천합(淺蛤)이란 이름으로 소개하며 "살도 풍부하고 맛이 좋다"라고 기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개류 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다는 바지락에 대해 알아보자.

바지락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조개류다. 갯벌에서 채취된 바지락들이 대형 그물에 담긴 채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생태

바지락은 진판새목 백합과에 속하는 작은 바닷조개이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빤지락', 경남 지역에서는 '반지래기', 인천이나 전라도 지역에서는 '반지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지락이라는 이름은 호미로 갯벌을 긁을 때 부딪히는 소리가 "바지락바지락"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타원형 껍데기는 높이 3cm, 폭 4cm 정도인데 큰 개체는 폭이 6cm에 달하기도 한다. 색깔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산모양의 방사무늬를 띠고 있는 것과 황갈색 물결 모양까지 다양하다. 패각의 안쪽은 대부분이 흰색이지만 보라색도 간혹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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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민들이 갯벌에서 호미로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2 최근 들어 어민 뿐 아니라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바지락 체험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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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은 수심 10미터 안팎의 얕은 바다에 살고 있다. 주로 모래와 펄이 섞인 곳에 분포하며 식물성 플랑크톤을 여과 섭식한다. 바지락은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 머물러 사는 특성이 있어 양식이 다소 용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12년부터 양식을 시작했는데, 양식을 한다 해서 별도의 장소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갯벌에 봄 또는 가을에 어린 바지락을 뿌렸다가 다음해 4월부터 거둬들이면 된다. 그렇다고 가만 둔다고 바지락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모래가 부족한 갯벌에는 왕모래를 뿌리고, 펄과 모래가 적절히 섞이도록 경운을 해주야 한다. 바지락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갯벌은 모래와 펄이 8대2 또는 7대3 정도로 섞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일 년 정도 자라면 길이가 1.5~1.6배, 무게는 3배가 된다. 바지락은 흔한 조개이지만 1년 내 수확할 수는 없다. 주 산란기인 7월 초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독이 있어 채집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바지락 양식이 시작한지 무려 100년이 넘었다. 과거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을 어민들이 소 달구지를 이용해 실어 나르는 모습.

채집

바지락은 살아가는 수심에 따라 크게 조간대에 분포하는 개체와 조하대에 분포하는 개체로 구분된다. 수심이 비교적 얕은 조간대에 분포하는 개체들은 조하대 개체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고 통통한 편이며, 조하대에 분포하는 개체들은 전체적으로 크고 길게 보인다. 조간대 개체들은 간조 때 호미나 갈퀴로 바닥을 뒤집거나 긁어서 잡는다. 이런 방식은 서남해안의 갯벌이나 수심이 아주 얕은 곳에서 이루어진다. 조하대 개체들은 선박 위에서 채취기를 가지고 잡아들인다. 채취기는 철로 된 망사를 틀에 부착하고 아랫변에 여러 개의 갈퀴를 단 망을 긴 손잡이에 달아 배(1톤 급의 작은 배) 위에서 갯벌을 긁어 올리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형망과 같이 보다 큰 배(5톤급)와 큰 어구를 이용해 바지락을 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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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 광안리 해변에 물이 빠지자 인근 주민들이 바지락을 캐고 있다.

2 경남 통영시 항내에서 어민들이 길다란 장대 끝에 갈퀴를 달아 갯벌 속에 묻힌 개조개와 바지락을 캐는 전통 조개잡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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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영양

한 어민이 해감을 마친 바지락을 장만하고 있다.

바지락은 여러 가지 요리(찜, 죽, 젓갈, 칼국수, 회무침, 수제비, 맑은 국, 볶음 등)를 위한 식재료로 많이 사용되는데, 육질 100그램에 칼슘(80밀리그램)과 계란의 5배나 되는 마그네슘(50밀리그램)이 들어 있다. 또한 생체 방어에 필요한 효소와 효소 생산에 필요한 구리도 130밀리그램이나 들어 있다. 특히 바지락은 미량원소로서 무기질 함량이 매우 높아 대사 조절작용으로 병후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바지락 조개가루를 헝겊주머니에 넣고 달여서 차 마시듯 하면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등 인체에 칼슘을 보충해 준다. 작고 흔한 조개이지만 살 뿐 아니라 껍데기까지 사람에게 많은 이로움을 준다.

요리용으로 바지락을 고를 때는 살아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입이 굳게 닫혀 있어 속이 보이지 않고, 패각이 깨지지 않고 윤기가 있는 것이 좋다. 채취한지 오래 된 것은 탁한 갈색으로 변하므로 패각을 잘 살피면 된다. 바지락은 갯벌 속에 살기 때문에 소화기관에 뻘이나 모래 등 이물질이 들어있어 이를 제거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해감이라 하는데 살아 있는 바지락을 맑은 바닷물이나 소금물이 담긴 용기 속에 30분 이상 담가 두면 입을 벌리고 이물질을 뱉어낸다. 이때 녹이 슨 쇠붙이를 같이 넣어두면 더욱 빠르게 해감이 진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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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지락 호박전

2 바지락을 이용한 해물 스프

3 바지락 스파게티

4 바지락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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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지락은 한 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특성으로 갯벌에 흘러드는 각종 오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한다. 또한 젓갈을 담그거나 날것을 요리하여 먹는 경우 늦봄부터 초여름까지의 번식기에는 중독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 "오뉴월 땡볕의 바지락 풍년"을 들 수 있다. 이는 한 여름 땡볕에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칼슘의 석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패각이 커져 풍성해 보이지만, 조갯살은 제대로 자라지 않은데다 독성이 있어 먹지 못 함을 비유한 말이다. 이 속담은 외관상으로는 보기 좋으나 그 실속은 거의 없음을 일컫는다. 비슷한 속담으로 "속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 등이 있다.

박수현 | 국제신문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하고,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남극, 북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9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다동물의 위기탈출],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발행2015.12.29.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4&contents_id=106375&leafId=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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